“애국가 작사 안창호…지역감정 때문에 이름 숨겼다”

박재순l승인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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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작사 안창호…지역감정 때문에 이름 숨겼다”

박재순 씨알사상硏 소장 주장

“畿湖세력이 西北출신들 견제

노래 보급위해 작자 미상으로”

여전히 ‘작자 미상(未詳)’인 ‘애국가’. 1955년 당시 국사편찬위원회가 ‘애국가 작사자 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결론을 못 낸 이후, 애국가 작사자는 윤치호(1865∼1945·오른쪽 사진)와 도산 안창호(1878∼1938·왼쪽) 두 사람으로 좁혀져 끝없이 논란을 빚는 미완의 역사 과제로 남아 있다. 서로 긴밀한 관계였고 열렬히 애국가 보급운동을 벌인 윤치호와 도산은 왜 작사자에 관해 끝까지 침묵했을까.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 소장은 1일 발간된 월간지 ‘기독교사상’ 10월호에 실린 ‘애국가 작사자는 왜 자기 이름을 숨겼나’라는 글에서 이 같은 의문을 갖고 접근했다. 결론적으로 박 소장은 “도산이 애국가를 작사했으나, 자신의 출신지인 서북 세력에 대한 기호 세력의 견제를 피해서 애국가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기호 출신 명망가인 윤치호를 앞세웠고, 이런 이유로 둘 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지역감정’이 애국가 작사자 미상의 원인이 됐다는 흥미로운 주장이다.

박 소장에 따르면, 도산은 1908년 9월 대성학교 창립 때부터 국권 회복의 열망을 담은 애국가를 보급하기 위해 애썼다. 그해 6월 윤치호가 엮은 ‘찬미가’에 애국가가 수록된 것으로 미뤄 애국가는 그 이전에 지어진 게 분명하다. 당시는 한일합병 이전이기 때문에 일제의 탄압도 없었고, 애국가는 곧바로 널리 보급됐다. 도산이 설립한 대성학교와 청년학우회는 윤치호가 교장과 회장을 맡을 만큼 두 사람은 긴밀하고 특별한 관계였다. 둘 다 작사자가 누군지 모를 리 없고, 제삼자가 작사자였다면 숨길 이유가 없었다. 박 소장은 “작사자를 모르게 된 까닭은 둘의 특별한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1920년대 이후 친일로 돌아섰지만, 윤치호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 명망가였고 정치 문화의 주류 세력이었던 기호파의 중심인물이었다. 윤치호가 작사했다면 정직함을 생명처럼 여겼던 안창호가 숨길 이유가 없다. 반면 평안도 출신인 도산이 속한 서북 세력은 조선왕조 동안 기호 세력으로부터 당한 차별과 억압으로 그들에 대한 반감이 컸고, 반대로 기호 세력은 기독교와 서양 문화를 먼저 받아들이고 힘차게 일어서는 서북 세력에 대한 견제와 경쟁심이 강했다. 평안도 청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도산은 기호 세력으로부터 ‘야심가’ ‘지방열의 화신’이라는 끊임없는 음해와 비방에 시달렸다.

박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도산은 자신을 애국가 작사자로 밝히면 노래를 보급하는 데 큰 장애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기호 세력의 중심인물이며 명망가였던 윤치호를 앞세울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노래 보급을 위해 작사자를 어둠 속에 남겨두려 했다는 것이다. 도산은 1919∼1921년 상하이 임시정부를 이끌던 때에도 조회 때마다 애국가를 1절에서 4절까지 열심히 불렀지만, 이 시기야말로 정치적 경쟁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와 비난을 한몸에 받던 때여서 끝내 자신이 작사자라는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이런 이유로 도산은 자기가 애국가 작사자임을 숨기기도 했지만 부정하지도 않았고, 시인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애국가의 작사자에 관해서는 여전히 확증할 자료가 없어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박재순  p994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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