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생각

박재순l승인20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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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성과 생각

교육은 이성을 어떻게 사용하고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바른 교육을 위해서 이성과 생각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서양철학은 이성철학인데 이성 로고스가 그리스 로마의 도시국가와 군대생활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따라서 이성을 중심으로 한 인식론적 철학이 인식대상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존재자들을 인식함에 있어서 질료, 형상, 목적, 운동의 네 원인론을 말했는데 원인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아이티아’는 법정에서 신문(訊問)과 공격을 뜻하는 말이다. 인식대상의 성분, 정체, 목적, 활동내용을 따져 묻는 것은 마치 형사가 죄수를 신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구철학에서 이성의 행위인 생각은 존재의 세계로부터 단절되고 유리된 추상적 사변의 세계에 갇혀 있다. 생각은 연장(延長)될 수 있는 존재와 무관한 것으로서 이성의 사유세계에만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은 우리의 몸과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씨알철학을 형성한 함석헌은 이성과 생각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이해를 제시한다. 그는 진화사적으로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이해하여 지성과 감성은 포유류의 모성애에서 생겨났다고 하였다. 새끼를 몸에 배어 살과 피와 뼈를 나누어주고 낳아서는 몸의 진액을 먹여서 기르는 모성애로부터 맑은 지성과 예술적 감성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함석헌은 로고스 이성을 사랑으로 파악하고 사랑이 생명과 인류역사의 동인과 힘이라고 했다. “로고스는 만물의 근원이요, 또 만물의 귀착점이다. 그는 창조자요 또 통합자다. 그리고 그 로고스는 ‘사랑’이다. 그러므로 진화의 의미는 ‘사랑’에 있다. 만물을 낳은 것은 이 아가페(참된 사랑)다.”

로고스를 사랑으로 파악한 함석헌은 로고스 이성의 행위인 생각도 생명의 행위, 사랑의 행위로 보았다. 생각은 삶에서 피어나는 것이고 땀 흘려 노동함으로써 생각은 정화되고 참되게 되는 것이다. 생각은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이지만 예전에는 생각을 生覺으로 쓰기도 했다. 生覺(생의 자각)이란 표현은 생각의 생명철학적 이해를 잘 드러낸다. 생각은 생명을 자각하고 형성하고 고양 승화시키는 행위다.

생각은 삶 속에서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생각과 사랑을 함께 연결 지어 썼다. 사랑은 본래 생각을 나타내는 말이다. 남녀가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 병을 상사병(相思病)이라고 하는데 ‘서로 생각하는 병’을 뜻한다. 유영모는 생각을 추리와 영감으로 이해했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불타오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함석헌은 생각을 ‘하는 생각’(추리)과 ‘나는 생각’(영감)으로 구분하고 생각을 하면 생각이 나고 생각이 나면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삶에서 생각이 피어나고 생각을 표현한 것이 말이고 말을 다듬은 것이 글이라고 함으로써 함석헌은 삶과 생각과 말과 글을 통합적으로 이해했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다. 생각을 참 되게 함으로써 참 사람이 되고, 생각을 바르게 함으로써 삶과 말과 글이 바르게 된다.

 


박재순  p994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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