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철학과 실천

교사의 마음과 자세 박재순l승인2015.03.31l수정2015.04.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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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하는 일은 사람을 기르고 만드는 일이다. 오늘의 세계는 기술이 발달하고 물자가 풍부하며 민주와 인권에 대한 사상과 이론과 제도가 충분히 발전해 있다. 다만 부족한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없어서 사회가 어지럽고 공동체가 깨지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정신이 황폐해진다. 오늘 절실하게 요구되는 일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기르는 일이다.

교사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기르려면 교사의 철학이 확립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교사의 철학은 바람직한 교사의 마음과 자세를 이해하고 확립하고 체득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1) 교사의 마음과 자세

(1) 어머니의 마음으로

교육이란 세대를 이어 삶과 정신의 바통을 이어주는 것이다. 먼저 배운 지혜를 젊은 세대에게 전해 주는 것이다. 본래 부모가 이 일을 했다. 교육은 부모 자식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의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교육했고 교사가 사회의 교육을 전담하게 되었다.

부모 자식 관계는 포유류에서 시작되었다. 뱀이나 파충류에게는 부모 자식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스승 제자 관계가 생겨나지 않는다.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없다. 포유류에서는 새끼를 몸에 배고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어미가 새끼를 가르친다. 교사의 정신과 자세는 새끼를 기르고 가르치는 어미의 정신과 자세에서 시작되었다.

교사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어머니의 마음은 살리고 키우고 세우는 마음이다. 어머니는 결코 자식을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편애하지 않으며, 자식과 싸워 이기려 하지 않는다. 꾸짖고 나무라면서 바로 잡으려 힘쓰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에게 질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다. 어머니는 자식이 디디고 올라 설 흙덩이가 되고 디딤돌이 될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에게 권위가 있다면 오직 사랑과 섬김, 희생과 돌봄의 권위다.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고맙고 좋은 이가 없다. 교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르치고 이끄는 이다.

(2) 농부의 자세로

교육은 사람 농사다. 교사는 사람의 생명과 정신을 농부처럼 기르는 이다. 사람은 스스로 하는 인격과 자유를 가진 존재이며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새로워지는 존재다. 억지로 강제로 깨닫고 새롭게 할 수 없다. 농부는 억지로 새싹이 나게 할 수 없고 강제로 꽃 피고 열매가 맺게 할 수 없다. 농부는 씨ᄋᆞᆯ이 싹 트고 열매 맺는 일을 도울 뿐이다. 농부는 하늘을 믿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 하늘은 햇빛과 바람과 비를 차별없이 베푼다. 하늘이 차별하면 농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농부도 차별 없는 하늘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자라는 벼와 나무를 차별하는 농부는 좋은 농사꾼이 될 수 없다. 교사도 농부처럼 하늘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농부는 하늘을 품고 땅을 가는 사람이고 교사는 하늘 마음으로 사람을 만드는 사람이다.

농사는 열매를 열게 하는 여름질이고 농부는 열매가 열게 하는 여름지기다. 농부는 직접 열매를 만드는 게 아니다. 씨알이 스스로 싹 트고 스스로 줄기와 가지가 뻗고 스스로 잎이 나고 스스로 꽃이 피고 스스로 열매가 열도록 가꾸고 지키는 이다. 억지로 조급하게 또 강제로 싹이 트고 열매가 열게 할 수 없다. 오래 참고 기다림으로 스스로 싹이 트고 열매가 맺도록 한다.

교육은 사람 농사다. 사람의 몸과 맘과 얼이, 본능과 지성과 영성이 스스로 싹 트고 스스로 꽃 피고 스스로 열매가 맺도록 돌보고 가꾸고 지키는 것이 교육이다.

(3) 버리지 않는 마음

가르치는 사람이 어머니의 마음, 전체의 마음으로 가르치면 못난 학생도 버릴 수 없다. 버리지 않는 마음이 교사의 마음이다.

서양에서는 권력투쟁과 계급투쟁 그리고 민족국가들의 전쟁 속에서 역사와 사회를 형성해 왔다. 주체와 주체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살았다. 타자를 대상화하고, 지배·정복한 역사다. 서구 철학은 로고스 철학이 주류를 이루는데 로고스는 이성, 말, 법칙, 계산, 설명을 뜻한다. 그리스의 로고스 철학은 도시국가의 시민들로 이루어진 보병대들의 로고스, 전투적 정복적 로고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철학과 사유에서는 주체와 주체가 대립과 갈등 속에 있기 쉽고 상대를 대상화, 타자화하며 타자에 대한 지배와 정복을 추구하기 쉽다. 따라서 타자를 주체로 보기 어렵다. 잘나고 강한 것을 내세우고 생산성과 합리성을 경쟁적으로 추구했다. 패배한 적은 노예로 삼고 못나고 힘없는 사람은 버릴 수 있었다. 그나마 기독교가 서구문명에 들어가서 복지사회를 만들 수 있었다.

한국과 동아시아에는 마을공동체의 전통이 살아 있다. 두레 마을 공동체는 서로를 주체로 인정하고 받아주며 맘이 통하고 정을 나누는 상생적 주체의 정신이 살아 있다. 부족하고 못났더라도 받아주고 함께 가는 인정이 남아 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노래는 버림 받은 못난 사람의 소리지만 못난 사람을 버리면 발병이 나고 탈이 난다며 인정에 호소하고 있다. 더디 가는 사람은 더디 가는 대로 빨리 가는 사람은 빨리 가는 대로 다 같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배우는 사람의 자질과 특성에 맞는 교육방식을 찾아서 배우는 사람이 저마다 저답게 배우고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4) 서로 배움

가르치는 이도 배우는 이도 사람이다. 사람은 생명진화와 인류역사 속에서 피어난 꽃이고 열매다. 사람은 저마다 몸과 맘과 얼, 감성과 지성과 영성 속에 생명과 정신의 씨알을 품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제 속의 씨알을 싹트고 꽃 피고, 열매 맺을 사명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가르치는 이는 가르침으로써 배우는 이는 배움으로써 저 자신을 실현하고 완성해야 한다.

가르치는 것은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서로 주체임을 인정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 서로 주체로서 참여하게 해야 한다. 가르치는 이는 가르치면서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부족함과 교육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배우는 사람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배우는 사람은 가르침을 받고 배움으로써 자신의 감성과 지성과 영성을 영글게 하여 사람이 된다.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자라는 것이다.

(5) 청출어람(靑出於藍)

생명은 자라는 것이고 역사는 나아가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들보다 더 잘 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을 기른다. 앞 세대는 뒷 세대가 더 잘 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밀어주고 끌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과 역사의 본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교사도 학생이 자신보다 더 크고 잘 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르쳐야 한다. 교사 자신이 교육의 기준과 한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도 참 사람 그이가 되려고 그이를 그리워하고 만나려고 애쓰는 이다. 배우는 학생이 교사처럼 되고 교사의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참 사람을 가르치고 가리키는 이다. 교사는 참 사람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교사가 참 사람 그이를 그리워하고 그이를 만나고 그이가 되려고 애쓰는 만큼 교사는 배우는 학생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배우는 학생이 교사의 손가락에 머물지 말고 교사를 넘어서 참 사람을 보고 참 사람이 되게 해야 한다. 배우는 학생이 교사의 지식에 머물지 말고 그 지식을 넘어서 진리 자체에 이르게 해야 한다. 교사의 보람은 제자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데 있다. 제자가 스승보다 나으면 청출어람(靑出於藍), 빙한어수(氷寒於水)라고 한다. 청출어람은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보다 푸르다”는 뜻이고, 빙한어수는 “얼음은 본래 물이었으나 물보다 차다”는 말이다.


박재순  p994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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